예전엔 그랬었다.

나의 최대 헌신을 기준으로 너의 행동의 크기를, 나의 줄 자로 재어 비교해 보곤 했다.

그리고 원하는 길이가 되지 않으면, 너를 원망하고, 속상해 했었다.

그게 내가 그렇게 침 튀기며 얘기하던 역지사지였다.

참으로 어리석었다.

최대 수혜를 바라던 역지사지는, 너에 대한 배려도 행복도 아니며 오로지 나의 욕심 덩어리일 뿐이였다.

가득한 욕심에, 그저 상대방의 행위를 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.

예전엔,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,

왜 예전엔 그토록 어리석었었는지 모르겠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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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길 가에 낙엽이 제멋대로 쌓여있다. 얼마 전만해도 가을비에 흠뻑 젖은 단풍잎이 본연의 색보다 더 진한 빛으로 아래로, 아래로 떨어졌었다. 그 축축한 잎은 바닥에 찰싹 들러붙어 그 어떤 바람에도 꼼짝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. 지금 저 길 모퉁이에 쌓인 낙엽은 수분을 몽땅 하늘로 다 올려보냈다. 살짝 건드리면 쉽게 조각으로 바스라질만큼 약해져있다. 지구가 태양에 매달려 무한히 회전하는 가운데 우리는 모두가 약해지는 이 계절로 돌아왔다. 연약함은 다시 순수를 부르고 순수는 온기가 필요하다. 어린 짐승은 굴 속 어미 품으로 웅크리고 목련은 단단한 껍질 속에 싹을 꼬옥 숨겨둔다. 인간은 따스한 불이 있는 집으로, 집으로 들어가 보드라운 스웨터의 품에 안긴다. 그 뜨거웠던 커피가 이제는 따뜻함으로 변하고 날카로웠던 내 안의 모든 것들이 모서리마다 둥글게, 둥글게 깎여 나간다. 창 밖으로 뼈대만 남은 나무를 보며, 손 끝의 시림이 조금씩 따스한 온기로 채워짐을 느끼는 이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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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송사 파업으로 인해 라디오에서는 연신 음악만 계속 흘러나온다. 라디오 DJ의 음성없이 음악만 플레이 리스트에 따라 흘러나오니, 라디오가 아니라 내 개인 음악 재생 어플을 켜둔 것만 같다. 이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, 편식만 하던 나의 음악 듣기에 골고루 다양한 영양소가 섭취되는 것만 같다. mbc fm에서는 음악 플레이 사이 잠시 쉬어갈 때 아나운서의 짧은 멘트로 방송사 사정으로 정규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나온다. 이 때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곡이 윤석철 트리오의 '즐겁게, 음악'이다. 밝고 경쾌한 발걸음을 연상시키는 멜로디는 듣자마자 음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고 중독적이다. 매일 아침 즐겁게, 음악을 들으며 오늘 하루도, 순간 순간을 즐겁게 지내자는 마음 속 불이 은근히 밝혀지는게 느껴진다.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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